본질의 발견

본질의 발견

  • 자 :최장순
  • 출판사 :틈새책방
  • 출판년 :2017-10-1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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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브랜드 철학자 최장순이 답하다



인천공항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1년 연속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 1위를 달성했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시설, 친절함, 다양한 면세점과 같은 요인은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편일 뿐이다. 우리가 인천공항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인천공항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 즉 차별성을 알아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이제까지 비즈니스, 영업을 하면서 가진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차별성을 찾는 게 과연 정답일까? 브랜드 철학자 최장순의 답은 다르다.



인천공항 이용객 동선 개념도. 인천공항은 여행객의 ‘머무름’과 ‘움직임’, 즉 ‘여행객의 동선을 효율화’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다양한 문화, 쇼핑, 서비스 등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이마트, GUCCI, 롯데시네마, LG전자, CJ, 풀무원, KB카드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 및 네이밍?디자인?스토리?인테리어?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해온 최장순은 2011년 인천공항의 차별성을 브랜드화 하는 일을 맡았다. 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와 그의 팀이 내놓은 결론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달랐다.

인천공항의 차별성은 공항 서비스의 본질 그 자체에 있었다. 인천공항이 다른 공항과 가장 다른 점은 다른 공항에 비해 압도적으로 짧은 출입국 시간이었다. 당시 인천공항은 출국 18분, 입국 14분이라는 전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인 ICAO 권고 기준은 출국 60분, 입국 45분이다. 여행의 ‘나들목’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구연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여유가 넘치게 되고 보다 즐거운 여행의 기억을 가지게 된다. 마음 편히 면세점을 들를 시간이 생기니 매출도 높아진다. 즉 인천공항은 공항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에 최고의 공항이 된 것이다. 다른 부분들은 본질 최고로 수행하기 위한 부차적인 방법일 뿐이다.



비즈니스 컨셉, 본질에 시작하는 ‘이기는 공식 BEAT’

경영과 인문학이 결합할 수 있을까? 세계 유수의 CEO들은 그래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나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문학이 들어올 틈이 있는가? 모든 성과가 숫자로 치환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문학을 대입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비즈니스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이 무엇인지 알고 정의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카페를 차리는데 자신이 서비스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실패는 당연하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어떤 이에게 파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소비자가 돈을 쓸 이유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막연해 보이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을 보여주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세계의 스킬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삼는 질문이 필요하다. 최장순은 이 과정을 하나의 공식으로 정리했다. 진정한 차별화를 위한 컨셉 공식, ‘BEAT'다.



1. 해당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Business Definition)

2.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Experiential Problem)

3.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Actual Solution)

4. 최적의 컨셉은 무엇인가(Thrilling Concept)



최장순은 이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왔다. 이 컨셉션 방법론, ‘비트(BEAT)’는 당연한 것들을 비트는 컨셉 공식이자, 진정한 차별화를 위한 ‘이기는(beating)’ 컨셉 방법론이다. 결국은 업의 본질에 대한 규정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비즈니스 운영 방안을 찾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비즈니스 용어나 스킬이 아닌, 현재의 상황에서 인간과 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답을 찾아내는 게 바로 컨셉을 개발하고 브랜딩을 하는 핵심이라는 의미다.





〈인터뷰〉



“나는 생활 인문학을 추구하는 사람”

-《본질의 발견》저자 최장순 인터뷰



《본질의 발견》(2016, 틈새책방)의 저자 최장순은 브랜드 전략 수립과 컨설팅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꽤 자자한 인물이다. 삼성전자, 현대 및 기아자동차, GUCCI,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을 담당했는데, 탄탄한 인문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해당 업계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게 그의 장점이다. 그에게 컨설팅을 받은 기업 중에는 결과물에 반해 스카우트 제안을 한 곳도 있다.

저자 최장순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쏭달쏭하다. 그의 명함에는 ‘크리에티브 디렉터’와 ‘가방 제작 업체 공동 대표’ 직함이 동시에 새겨졌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철학자에 가까운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본질의 발견》은 그의 이러한 깊은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비밀 노트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전략과 생존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실증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장순의 첫 책을 만나기에 앞서 저자의 밥벌이, 집필 의도, 브랜드 업계의 현황을 들어봤다.





Q. 기자 생활을 하다가 브랜드 전략 수립과 컨설팅을 하는 업계로 자리를 옮겼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A. 기자 생활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표절 윤리를 확립하는 기획 기사를 쓰면서 2006년 〈KBS〉 추적60분의 ‘표절로 얼룩진 상아탑’까지 공동 기획하여 학계에 파급력이 있는 기사를 쓸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기자 생활이 싫어서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당시 제 기사를 두고 발행인과 약간의 대립을 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조직에 있고 싶지 않아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취업을 하려는 친구들이 다 갖추고 있는 영어 점수나 자격증, 인턴십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다움은 뭘까’라는 질문이었죠. 그 대답은 아직도 잘 못 찾았지만, 저를 구성하는 작지 않은 부분이 언어학, 기호학, 철학을 공부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내 전공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교는 제외하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제게 대학은 조금 숨막히는 공간이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것 중에 대학 바깥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죠. 브랜드 쪽을 딱히 좋아해서 선택했다기보다, 제 전공을 인정해줘서 들어가게 됐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맞추는 것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거든요.



Q. 언어학 전공자이던데 브랜딩 전략 수립이나 네이밍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대답에 따라 인문학을 공부하면 배를 곯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A. 증거까지 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언어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른들께 “언어학과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어느 학과?” 하던 게 현실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언어학은 역사비교언어학과 공시언어학이라는 큰 축으로 나뉘는데, 제가 다닌 대학에서는 주로 공시언어학 쪽에 집중되어 있었죠. 물론 몇몇 전공과목을 통해 수멜어, 아랍어, 고대 페르시아어, 희랍어 같은 고대어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만, 주로 공부했던 건 기호학이었어요. 세계 최고의 기호학자 중 한 분인 김성도 선생님께 많은 지도를 받았죠. 그리고 음성에 대한 연구, 철자 형태에 대한 연구, 의미에 대한 연구 등 단어, 문장, 기호를 다양한 관점과 성질에서 분석하는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물론 저는 복수전공 신청도 하지 않고 40학점 가까이를 철학과 전공 수업을 들어서 사실 학과 선배들이 “넌 철학과냐?”고 몰아붙일 때도 있었습니다.

여하간 그런 언어학적 훈련은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게 사실입니다. 네임을 개발하는 차원은 많은 노력을 통해 다듬어지지만, 일단 좋은 이름인지, 나쁜 이름인지를 보는 ‘결정력’이 남들보다 더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호학적 사유나 의미론적 프레임들을 통해 길러진 나름의 역량이 기획을 할 때 ‘가치’들을 분류하고 재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문학을 하기 때문에 굶는 것이 아니라, 배운 지식과 관점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굶는 게 아닌가 합니다. 대학에서는 그런 지식들을 어떻게 생활에서 활용하는지 잘 가르치지 않아요. 교수님들도 많이 안 해봤거든요. 지금까지의 학문은 ‘응용’의 관점을 많이 놓친 게 사실이니까요. 저는 실생활의 혁신을 위한 사유의 기획력 훈련으로는 인문학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활 인문학’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생활의 질을 한껏 올리는 데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책을 왜 쓰게 됐나요? 어떤 독자들에게 어떤 효용성이 있기를 바라나요?

A. 먼저 ‘컨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습니다.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 제 주변 전문가들도 ‘컨셉’에 대한 책들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만 보면 비슷하게 겹치는 것들이 분명 있어요. 사실상 사유의 틀 자체가 그리스 철학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봐야 한다는 기준을 잡아내는 것 자체에 대한 설명이 좀 더 본질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경영 인문학’이라는 맥락에서, 비즈니스 자체나, 제품, 서비스 등의 컨셉을 도출하는 모든 과정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기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 소비 시민을 기준으로 한 검토 항목들을 모아서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컨셉이 아닐까 하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됐죠.

이 책은 제가 제 나름대로 정리한 사유의 정리 기술 노하우입니다. 사례들은 그 해설서 정도로 보시면 되고요. 굳이 그 방법을 그대로 쓸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태를 해석하는 저마다의 논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생각이 복잡해서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은 제가 정리한 ‘BEAT’라는 프레임에 빈 칸을 채워가면서 생각을 정리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라 생각합니다.



Q. 최근 인문학 공부하기 또는 실용성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체감할 수가 없습니다. 책 표지를 보니 앞서 언급한 ‘경영 인문학의 실증적 사례’라고 쓰여 있더군요. 혹시 자신감의 표현인가요?(웃음)

A. 글쎄요. 편집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경영 인문학’이라는 근본 없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정통 인문학’이라는 표현이 성립 가능한지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아무튼 본인이 ‘정통 인문학’을 한다고 믿는 대다수 분들은 제가 쓴 저런 표현을 ‘천박’하게 보실 거예요. 제발 제 책을 읽지 말고 넘어가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그 철학에 따라 이름을 만들고, 로고나 패키지 등 디자인을 합니다. 필요하면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고요, 마케팅, 이벤트 프로그램도 만듭니다. 직접 브랜드 론칭도 하고요. 그리고 좀 더 전문적인 영역, 브랜드의 무형 자산이 얼마인지 정량적으로 측정도 하죠. 이런 브랜드에 관한 여러 활동들이 저마다 중구난방 펼쳐지면 브랜드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를 묶어주는 철학적 동력, 인문적 가치가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인문학적 가치’가 아니라 ‘인문적 가치’요.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人文)’ 방향과 간격, 결의 성격 등을 연구해서 어떤 무늬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지 지혜를 전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지혜는 특정 고상한 영역에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있어야 해요.

아쉽게도 우리의 일상은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초등학생들까지 ‘자괴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사건들이 발생했죠. 우리 일상은 사람의 무늬를 확인할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생물학적 필연성’만 강하게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희망의 움직임들이 광장을 통해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린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어떠한 인격을 살 것인가를 고민할 여유는 사실 많지 않죠.

사람이 사람다움을 회복해야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고, 그런 공동체에 희망이 있는 법이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지금처럼 고리타분하게 이야기해서는 사람들이 듣질 않습니다. 설득력도 약하고요. 우이독경이 따로 없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가난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활동에 메시지를 심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는 활동은 바로 ‘소비 활동’입니다. 소비 활동의 판을 공급해주는 건 기업이고요. 그렇다면 브랜드를 통해서 의미화되는 기업 경영의 실체가 좀 더 인문적으로 바뀐다면 소비 시민들의 인식 또한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오래된 가설이에요. 그래서 ‘경영 인문학’이라는 잡종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Q. 책에서 소개된 ‘BEAT'를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최소한 브랜드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하나요?

A. Business Definition(업의 정의), Experiential Problem(경험적 문제), Actual Solution(실질적 솔루션), Thrilling Concept(전율을 일으킬 컨셉)의 4구절의 앞 글자를 딴 단어가 BEAT입니다. 기본적인 업의 본질에 기반하여, 그 업이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컨셉이 기획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죠.

브랜드 업계, 마케팅, 광고 업계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고정관념은 ‘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튀다 보니 본질과 한참 멀어진 경우가 꽤 있죠. 단어의 엣지는 물론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엣지는 단어의 음성/형태 차원의 화려함에 있지 않습니다. 의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차원에 엣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 새로운 의미의 지평은 물론 업의 본질에 기반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BEAT라는 툴을 많이 쓰고 적게 쓰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BEAT가 전제하고 있는 ‘인문적 관점’입니다. 업계 도반들에게 ‘유의미한 것’으로 다가갈 수는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주 쓰이는 ‘도구’가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Q. ‘업의 본질’을 왜 그렇게 강조하나요?

A. 업의 본질을 잘 지키면 철학대로 사업을 하게 되지요. 업의 본질이 무너지면, 현실에 맞게 되는대로 사업을 하게 됩니다. 사업에서 성공을 하지 못합니다. 저도 사업을 하고 있지만, 본질을 지키라는 이야기는 점잖은 척, 폼 잡고 있으란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핵심 철학을 지속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100년은 물론이고 700년도 넘은 가업들이 즐비합니다.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대기업, 소위 재벌이죠. 건전성이 떨어지고, 제품이나 서비스만의 독특한, 오래 유지되어온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죠. 업의 본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어딘가 있으나 실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ROI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이윤추구’라고 말들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업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Company’의 존재 이유는 ‘이윤 증식’이 아닙니다. 이건 그 결과물 중 일부에 지나지 않죠. 컴퍼니는 ‘함께(com)’, ‘빵(pany)’을 나눠 먹는 곳입니다. 회사는 ‘공동체’죠. 사람이 서로 생활하는. 서로 빵을 나눠주는 곳 말이죠. 관점을 이렇게 바꿔야만 업의 진정한 본질이 회복될 기회가 열립니다. 저는 업의 본질을 정말 많이 이야기합니다. 업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들입니다. 제게 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자세는 ‘함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 중 하나인 셈입니다.



Q. 업의 본질을 가장 잘 구현한 회사나 사업장이 있다면?

A. 브랜드로 말해보죠. 애플. 무인양품. 볼보. 레고…. 업의 본질이 잘 구현됐느냐 아니냐의 기준 중에 하나는 이들이 명확한 상징 이미지로 설명되고, 납득이 되느냐는 지점을 해석해보는 거예요. 애플은 ‘개인의 자유, 정보 개인화’, 무인양품은 ‘포장을 덜어낸 좋은 품질’, 볼보는 ‘안전’, 레고는 ‘작지만 커다란 상상력등으로 이미지화가 됩니다. 각각은 그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예요. 자기다움이고, 자기 업의 본질이죠. 그런데 그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잘 구현된 것이죠.



Q. 책에 소개한 곳 외에 특히 기억에 남는 회사가 있다면 어느 회사인가요?

A. 일을 끝냈지만 돈을 못 받았던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고요. 클라이언트가 책상으로 잡지를 집어던질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던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네요. 매출이 오른 프로젝트도, 거의 망해버린 비즈니스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명을 거론할 정도가 되는 프로젝트는 별도의 글로 정리하겠습니다.



Q.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A. 경쟁자 대비 본질적 차별점이나 업의 본질이 명확치 않은데 차별화된 컨셉을 만들어 달라는 모든 요구가 가장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요구를 하곤 합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성적이 안 나오는데 이를 타개할 명확한 전략 없이 무작정 변별적 포지셔닝을 해달라고 하거나,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제공하는 이미지와 혜택이 동일한데 차원이 다른 무엇으로 포장해달라고 하는 등의 요구들이죠. 이런 걸 잘 해내는 것도 능력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이지 않죠. 물론 포장의 혁신을 통해 실체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고 상상해봅니다. 그럴 경우엔 달리 평가받아야겠습니다.



Q. 경영이나 브랜딩, 네이밍 등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기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형태의 경영, 브랜딩 기법이 정착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요?

A. 지나치게 단기집중적 성과 중심주의에서 좀 더 여유로워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어려운 말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리더들은 좀 더 장기적 맥락으로 관점을 선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업적을 평가받아야 하니까요. 그들 역시 월급을 받는 임원이니까요. 그러나 단기 매출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나 기업에 대한 인문적 사유, 인류학적 탐구가 발생되기 어렵습니다.



Q. 인문학을 통해 살펴보는 경영이라는 테마를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요?

A. 글쎄요. 책이 아니라, 제가 하는 사업에서 실천해야겠죠. 저는 파트너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라이프스타일의 여러 요소(Element)들에 대한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를 꿈꿉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엘레멘트’입니다. ‘LMNT’로 쓰죠. 이 철자는 나름 차별화. 엣지에 대한 타협의 결과물입니다. 저희는 컨설팅도 하지만, 직접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가방을 고민하고 디자인해서 확실히 튀는 가방이 아니라 기본을 유지하되, 좀 더 나은 미학적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실험중입니다. 패션의 본질,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의 본질을 고민하는 경영으로 확장해보고자 합니다.



Q. 작게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나 사업자들은 보통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차별성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A. ‘자기다움’을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물론, 지대, 임대료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남들이 해서 잘됐다고 들으면 내 영역이 아닌데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돈이 된다고 하면 해보려는 거죠. 장사를 하실 거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사업을 통해 컴퍼니(Company)를 만드시겠다면, 업의 본질을 지키는 ‘자기다움’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적용해봤으면 합니다.



Q. 브랜드 전략이나 컨설팅 업계에 진입하려는 학생들은 화려한 겉모습에 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A. 거짓말하고 싶지 않네요. 이 분야는 흥미진진합니다만, 체력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아직 업계 구조가 화려해 보이는만큼 선진화가 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적 노동에 대한 한국인들의 가격 평가는 매우 인색합니다. 대학에서도 자기가 키운 국내 박사를 교수 임용에서 채용시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거죠. 이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외국 에이전시에 업무를 의뢰하면 몇 배의 비용을 지불합니다. 정작 해외에서는 한국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인턴사원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도 허다한데 말이죠. 국내의 수준은 그야말로 과도기에 있고, 산업적으로 성숙된 수준으로 가지 못한 상황입니다. 저는 공황장애까지 겪었습니다. 만성적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죠.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 장벽이 점점 낮아진 결과입니다.

이 업계의 일은 ‘야근이 없다’고 하면 거의 거짓말입니다. 그런 회사에 불현듯 놀러 가면 여전히 야근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죠. 그들이 무능력해서 추가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의 생계를 위해 다른 일들을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이죠.

누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거짓말입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말입니다. 청춘이라는 말로 미화를 하며 당신을 아프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욕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인간에게 ‘노동’은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가급적이면 덜 고통스러워야하지 않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일은 고통의 극단과 즐거움의 극단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육체의 고통과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놀이의 즐거움. 저는 후자 때문에 이 일을 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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