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사랑과 격정에 전부를 바친 한 여인의 처절한 인생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냐? 혹시 내가 미쳐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럴 경우 사람은 미치기도 하고 권총 자살도 하는 것인가 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프록코트를 벗고 벨트를 풀고는 더 편하게 숨을 쉬기 위해서 털북숭이 가슴을 내놓고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격정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이유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는 흡입력은 물론 제도와 가족의 문제,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생활, 계급 간 갈등과 인간의 도덕적 모순, 농업 경영 문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박애주의 등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간 뛰어난 작가적 역량에 있다. 일찍이 토마스 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고 한 점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하였으며 실로 이 소설은 그 찬사에 어긋남이 없는 걸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