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삶은 부서진 덕분에 자란다는 것을
들풀은 가르쳐주었다”
가난과 상실이 덮친 자신의 폐허를
아름다운 야생 정원으로 일궈낸 어느 시인의 이야기
인생의 모든 계절에 건네는 야생의 위로를 만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정원에 들어맞지 않은 것, 이를테면 외로움과 상실과 그 모든 분투들을 삶에서 다 뽑아내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 남들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의 한 줌 씨앗을 뿌린 자신의 돌무지 마당에 뿌린 한 시인이 있다. 망가진 땅에도 언젠가 무언가는 자라날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을 걸고.
영국의 시인 빅토리아 베넷의 아름다운 들풀 에세이 『들풀의 구원』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무명 시인인 그가 야생 정원을 가꾸면서 언니의 죽음과 아들의 지병 등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고통을 자연의 생명력으로 바꿔나간 10년의 기록을 선연하게 그려낸 에세이다.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치유의 힘을 지닌 90개의 들풀과 연결 지어 한 권의 압화집처럼 펼쳐낸다. 회복력을 상징하는 데이지, 역경에 맞설 힘을 주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을 물리치는 붉은장구채, 희망을 안겨주는 보리지… 아름다운 들풀로 무성한 야생 정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진실은 이것이다. “때로 우리는 부서짐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부서진 덕분에 살아갈 수도 있다.”